한 달 전부터 아침을 먹기 시작했어요.
삶은 계란 3알, 올리브오일, 사과 한 알.
이렇게 먹고 나면 점심시간까지 끄떡없어요.
(지금 회사는 점심시간이 1시거든요. 정말 정말 배고파요..)
요즘은 늦잠을 자느라 챙겨 먹고 나오지 못해서 출근 후에야 챙겨 먹고 있어요.
회사에서 모두가 커피만 내려 마실 때, 저는 사과를 깎아 먹었어요.
그 후로 다들 저를 ‘사과 먹는 분’으로 기억하시더라고요.
(저희 사무실에는 탕비실이 굉장히 오픈되어 있거든요.)
덕분에 아직 낯설기만 했던 회사 분들이 말도 걸어주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어요.
사과 한 알의 효과.. 엄청나죠?
우리 팀은 점심시간에 늘 가는 카페가 있어요.
사과 얘기로 친해진 분들과 마주치게 돼서 여러 번 인사를 나눴어요.
그 모습을 보시고 팀원분이 감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과 효과’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오늘은 빨간 사과 말고 아오리사과를 먹었는데요.
너무 시그러웠다고 했더니 “아오리사과 유래를 아세요?” 하시며 또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아오리사과랑 풋사과랑 다른 거였구나 처음 알았어요.
사실 저 사과 과수원 딸램이에요.
아빠는 포크레인을 끌지만 아주 오랫동안 가족들끼리 먹을 사과 과수원을 가꾸고 있었어요.
아빠는 어릴 때 할아버지가 사과 농사를 지으셔서 매일 사과를 깎아 먹었대요.
항상 아침이랑 자기 전에 간식 대신 사과를 깎아주셨어요.
지금까지도요.
우리 아빠의 사과 깎기 실력은 우주챔피언이에요.
멜론을 먹을 때도 사과 깎기 퍼포먼스를 뽐내던 아빠를 보면서 엄청 엄청 신나했던 애기 때 기억이 나요.
할머니도 늘 제가 밥을 먹을 때마다 냉장고에 사과를 잔뜩 깎아서 넣어뒀어요.
입가심으로 먹으라면서 말이죠.
냉장고 문을 열면 사과가 잔뜩 쌓여 있었어요.
사과 먹을 생각에 잔뜩 신났었어요.
‘할머니, 나 너무 행복해!’
배가 불러도 시원상큼한 사과는 정말 맛있었어요.
그때의 제가 훌쩍 자라서 서른이 가까워질 때까지도 할머니는 몇 번이나 그때 얘기를 꺼내셨어요.
혼자 계실 때도 가끔씩 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도 하셨어요.
나는 할머니에게 행복이었을까요?
마지막에는 외로움이었을까요?
할머니한테 물어봤다면 아마도 호통을 치셨을 거예요.
아, 여기까지 적다 보니 나를 한참 바라보시다 사랑한다고 하셨던 할머니의 마지막이 기억나네요.
친구들은 과일 중에 사과가 제일 별로래요.
(물론 딸기랑 수박, 망고, 복숭아가 있으면 저도 복숭아를 먼저 먹긴 해요.)
그래도 이렇게 사과의 인기가 체감될 때마다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나에게 사과는 할머니의 사랑이고 아빠의 이야기예요.
시그럽기만 한 아오리사과보다 아빠의 향긋한 풋사과가 빨리 먹고 싶어졌어요.

댓글
0